기록과 기억의 켜를 한 겹씩 들춰본다.

작성일 2026. 10.
2016년 10월 24일 저녁, 텔레비전 앞에 앉은 시청자들은 JTBC 뉴스에서 '최순실 PC파일 입수'라는 제목의 보도를 마주했다. 그날 JTBC는 여덟 건의 단독 기사를 한꺼번에 내놓았고, 그중 하나는 대통령 연설문이 발표되기 전에 민간인 최순실씨가 그 연설문을 먼저 받아봤다는 내용이었다. 이 글은 하나의 질문을 따라간다. 그날 저녁의 보도는 어떻게 광장까지 이어졌고, 그 시작이었다는 태블릿PC는 지금 어디에 있는가. 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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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일 2026. 10.
2019년, 경찰은 30년 넘게 보관해 온 화성 연쇄살인사건의 증거물을 다시 꺼냈다. 사건은 이미 공소시효가 끝난 지 오래였고, 그 증거물들을 들여다본다고 해서 누군가를 처벌할 수 있는 것도 아니었다. 그런데도 경찰은 그 낡은 증거물을 국립과학수사연구원에 다시 보냈다. 33년 동안 아무도 밝혀내지 못한 이름 하나를 확인하기 위해서였다. 그 이름이 공개됐을 때, 사건은 전혀 다른 방향에서 다시 한 번 사람들을 충격에 빠뜨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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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일 2026. 9.
2003년 9월 12일 밤 9시 30분경, 경남 마산시 해운동의 한 상가 지하에서 갑자기 물이 밀려들기 시작했다. 건물 안은 이미 정전으로 어두웠고, 사람들은 밖으로 빠져나가려 했지만 출입구를 막고 있던 물막이 시설이 버티지 못했다. 그리고 무너진 순간, 밀려든 것은 빗물이 아니라 바닷물이었다. 태풍 매미의 중심은 이미 경남 내륙으로 들어서고 있었다. 그런데 마산에서는 그때부터 바다가 도심으로 밀려들기 시작했다. 그날 밤 마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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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일 2026. 9.
1988년 9월 17일 오후, 잠실종합운동장의 트랙 위로 한 노인이 뛰어들었다. 흰머리에 마른 몸, 조깅복 차림의 그는 마지막 성화 주자로부터 불을 건네받아 관중석을 향해 두 팔을 들어 올렸다. 10만 관중이 일어서서 그의 이름을 연호했다. 손기정. 1936년 베를린 올림픽 마라톤 금메달리스트였던 그는 그날 가슴에 일장기를 달고 시상대에 올라야 했던 사람이었다. 52년 전 고개를 숙인 채 눈물을 삼켰던 그 자리에, 이번에는 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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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일 2026. 9.
2008년 9월 15일 아침, 뉴욕 맨해튼 7번가의 리먼 브라더스 본사 건물 앞에는 낯선 풍경이 펼쳐졌다. 정장 차림의 직원들이 하나둘 건물을 나서는데, 손에는 서류 가방 대신 종이 상자가 들려 있었다. 액자에 든 가족사진, 머그컵, 명패 같은 개인 물건들을 담은 상자였다. 카메라를 든 기자들이 몰려들어 그 장면을 찍었고, 다음 날 전 세계 신문 1면에는 상자를 든 채 어두운 표정으로 걸어 나오는 리먼 직원들의 사진이 실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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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일 2026. 9.
서울 지하철 2호선 강남역 10번 출구, 2016년 5월의 어느 날 그 좁은 통로 벽면은 노란색과 분홍색 포스트잇으로 뒤덮여 있었다. 손글씨로 눌러쓴 문장들이 벽 전체를 채웠다. "당신의 잘못이 아니에요", "우연히 살아남았습니다", "조의를 표합니다". 지나가던 시민들이 걸음을 멈추고 그 앞에 국화를 놓았고, 몇몇은 말없이 눈물을 훔쳤다. 이 자발적인 추모 행렬은 며칠이 지나도 끝나지 않았다. 그런데 이 추모의 대상이 된 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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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일 2026. 9.
2016년 9월 12일 저녁 7시 44분, 경상북도 경주시 일대의 아파트 단지에서는 저녁 식사를 마친 사람들이 텔레비전 앞에 모여 있었다. 갑자기 그릇이 달그락거리고 천장의 조명이 흔들렸다. 몇몇은 순간적으로 어지럼증인 줄 알았고, 몇몇은 위층에서 뭔가를 떨어뜨렸나보다 하고 넘겼다. 흔들림은 몇 초 만에 멎었다. 사람들은 다시 밥그릇을 들었고, 텔레비전 소리는 계속 흘러나왔다. 그런데 정확히 48분 뒤, 그보다 훨씬 강한 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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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일 2026. 9.
2015년 5월, 경기도의 한 병원 응급실 앞에는 열과 기침을 호소하는 68세 남성이 앉아 있었다. 그는 얼마 전 바레인과 사우디아라비아, 아랍에미리트를 오간 사업가였다. 하지만 그 사실을 알아챈 의료진은 없었다. 그는 이 병원 저 병원을 옮겨 다니며 진료를 받았고, 그때마다 의사들은 감기나 폐렴 정도로 짐작했다. 원인을 알 수 없는 고열은 쉽게 가라앉지 않았다. 왜 이 흔한 감기 같은 증상이, 훗날 한국 사회 전체를 뒤흔드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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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일 2026. 9.
2010년 3월 26일 밤 9시 22분, 서해 백령도 인근 바다를 순찰하던 해군 초계함 한 척에서 원인을 알 수 없는 강한 충격이 발생했다. 배는 순식간에 두 동강이 났고, 함미 쪽은 그대로 바다 밑으로 가라앉기 시작했다. 캄캄한 밤바다, 영하에 가까운 수온, 그리고 아무런 예고도 없었던 순간이었다. 배에 타고 있던 승조원 100여 명 가운데 절반에 가까운 이들이 그날 이후 다시는 육지를 밟지 못했다. 무엇이 이 배를, 이렇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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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일 2026. 9.
1997년 11월 21일 밤, 서울 명동의 한 환전소 앞에는 늦은 시간까지 사람들이 줄을 서 있었다. 원화를 조금이라도 더 나은 값에 달러로 바꾸려는 사람들이었다. 같은 시각 정부 청사에서는 강경식 경제부총리가 다음날 있을 대국민 발표를 앞두고 마지막 문구를 다듬고 있었다. 불과 며칠 전까지도 정부는 "우리 경제의 펀더멘털은 튼튼하다"고 공언해왔다. 그런데 이제 와서 국제통화기금, IMF에 구제금융을 요청한다는 발표를 해야 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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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일 2026. 9.
2001년 9월 11일 오전 9시 28분, 미국 클리블랜드 항공관제소의 모니터 앞에 앉아 있던 관제사는 헤드셋 너머로 이상한 소리를 들었다. 비명 같기도 하고 실랑이 같기도 한 소음, 그리고 뒤이어 들려온 낯선 억양의 남자 목소리. "우리는 폭탄을 갖고 있다. 조용히 앉아 있어라." 관제사가 응답을 요청했지만 돌아온 건 침묵뿐이었다. 화면 속에서 뉴저지 뉴어크 공항을 떠나 캘리포니아로 향하던 유나이티드항공 93편은 이미 정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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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일 2026. 8.
2012년 가을, 뉴욕 타임스퀘어의 대형 전광판에 한 한국 남자가 말을 타는 시늉을 하며 우스꽝스럽게 춤을 추는 영상이 반복 재생되고 있었다. 그 아래 인도에는 관광객들이 걸음을 멈추고 똑같은 동작을 따라 하며 휴대폰으로 서로를 찍고 있었다. 며칠 뒤 백악관 정례 브리핑에서는 한 기자가 대변인에게 진지한 얼굴로 "오바마 대통령도 강남스타일 춤을 아느냐"고 물었고, 대변인은 웃음을 참으며 답을 얼버무렸다. 영어 가사가 거의 없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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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일 2026. 8.
1994년 10월 21일 오전 7시 40분 무렵, 서울 성동구와 강남구를 잇는 성수대교 위에는 여느 아침처럼 차들이 줄지어 서 있었다. 등교하는 학생들을 태운 통학버스, 출근길 승용차, 화물차들이 한강을 가로지르는 다리 위에서 신호를 기다리거나 서서히 움직이고 있었다. 다리 아래로는 짙은 갈색 강물이 흐르고 있었고, 위로는 서울의 흔한 출근 풍경이 펼쳐지고 있었다. 그리고 몇 초 뒤, 다리의 일부가 그대로 허공으로 꺾여 떨어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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