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026. 9. 28. AM 11:48:37 · 조회 1
2003년 9월 12일 밤 9시 30분경, 경남 마산시 해운동의 한 상가 지하에서 갑자기 물이 밀려들기 시작했습니다. 건물 안은 이미 정전으로 어두웠고, 사람들은 밖으로 빠져나가려 했지만 출입구를 막고 있던 물막이 시설이 버티지 못했습니다. 그리고 무너진 순간, 밀려든 것은 빗물이 아니라 바닷물이었습니다. 태풍 매미의 중심은 이미 경남 내륙으로 들어서고 있었습니다. 그런데 마산에서는 그때부터 바다가 도심으로 밀려들기 시작했습니다. 도대체 그날 밤, 마산에서는 무슨 일이 벌어졌던 걸까요. 2002년 여름 태풍 루사가 한반도를 휩쓸고 간 지 1년 남짓 지난 시점이었습니다. 전국 곳곳에서 무너진 다리와 유실된 농경지를 복구하던 사람들에게, 다시 태풍이 온다는 소식은 또 하나의 재난을 예고하는 것처럼 들렸습니다. 2003년 9월 6일 발생한 제14호 태풍 매미는 빠르게 세력을 키워 한때 중심기압이 910헥토파스칼까지 떨어졌고, 남부를 향해 이동할 당시에도 매우 강한 세력을 유지하고 있었습니다. 9월 12일 저녁 경남 사천시 부근에 상륙한 매미는, 밤이 되면서 경남 남해안을 가장 강한 영향권 안에 몰아넣었습니다. 강한 바람과 폭우가 도시를 덮치면서, 부산에서는 수십 미터 높이의 컨테이너 크레인이 강풍을 견디지 못하고 쓰러졌습니다. 사람들이 오래 기억한 장면은 이 거대한 철골 구조물이 무너지는 순간이었습니다. 하지만 그날 밤, 더 조용한 곳에서는 전혀 다른 형태의 재난이 시작되고 있었습니다. 마산만은 바다 안쪽으로 들어갈수록 좁아지는 지형을 가지고 있습니다. 강한 바람이 바닷물을 육지 쪽으로 밀어붙이고, 태풍의 낮은 기압이 해수면을 끌어올린 데다 높은 조위까지 겹쳤습니다. 기상청 자료에 따르면 당시 마산에서 예상됐던 천문조위는 약 1.91미터였지만, 실제 관측된 조위는 약 4.36미터로 예상보다 2.45미터나 더 높았습니다. 이것이 바로 폭풍해일이었습니다. 마산항 서항 주변의 도심은 과거 바다를 메운 매립지였고, 해일이 밀려들자 낮은 지대부터 바닷물에 잠기기 시작했습니다. 바닷물은 도로로 밀려들었고, 배수구를 통해 오히려 도심 쪽으로 역류하기 시작했습니다. 그리고 바닷물과 함께 마산 서항 부두에 임시로 쌓아둔 원목까지 도심 안쪽으로, 일부는 건물 지하까지 떠밀려 들어왔습니다. 법원 기록에는 해운프라자 지하에서만 나중에 확인된 원목이 258개에 달한 것으로 남아 있습니다. 그날 밤 9시 30분 무렵, 해운프라자의 물막이 시설이 수압을 견디지 못하고 무너졌습니다. 순식간에 엄청난 양의 물이 지하로 쏟아졌고, 원목까지 물살을 타고 건물 안으로 밀려들었습니다. 정전된 지하에서 사람들은 상황을 정확히 알 수 없었습니다. 한 목격자는 물이 차오른 뒤 3분도 되지 않아 지하층이 완전히 잠겼다고 증언했습니다. 출입구를 빠져나가려던 사람들은 불어난 물과 강한 물살에 휩쓸렸고, 해운프라자 지하에서만 8명이 목숨을 잃었습니다. 마산의 여러 지하상가와 건물까지 포함하면 수몰 참사로 12명의 사망자가 확인됐으며, 이후 마산지역 전체 인명피해는 18명으로 집계됐습니다. 하지만 매미가 남긴 피해는 마산의 한 건물에 그치지 않았습니다. 태풍이 지나간 자리에는 뒤집힌 배와 부서진 항만시설, 침수된 자동차와 무너진 건물들이 남았고, 전국적으로 사망·실종자는 131명, 재산피해는 약 4조 2,225억 원에 달했습니다. 그리고 그날 밤, 대중에게 잘 알려지지 않은 또 하나의 사건이 부산 기장군 고리원자력발전소에서도 벌어지고 있었습니다. 태풍이 몰고 온 염분 때문에 송전선로에 이상이 발생하면서 고리원전의 발전소들이 차례로 멈추기 시작했습니다. 고리 3·4호기는 9월 12일 밤 10시 15분경, 고리 1·2호기는 13일 0시 16분경 발전과 원자로 운전이 정지됐습니다. 이후 조사에서는 송전선로의 현수애자에 침착돼 있던 염분이 태풍의 영향으로 절연을 약화시키면서 누설전류와 아크가 발생했고, 결국 송전선로의 지락으로 이어져 보호계전기가 작동한 것으로 설명됐습니다. 항만에서는 거대한 크레인이 눈앞에서 무너졌지만, 원전에서는 눈에 잘 보이지 않는 전력계통의 문제가 원자로를 멈춰 세웠습니다. 당시 발전정지는 원자로 안전에 직접적인 사고로 이어지지는 않았습니다. 하지만 태풍 하나가 발전소 외부의 전력계통을 통해 원전 가동에 영향을 줄 수 있다는 사실은 분명하게 드러났습니다. 태풍이 지나간 뒤 마산에서는 복구와 함께 대비책도 달라지기 시작했습니다. 매미가 덮쳤던 마산구항 일대는 이후 자연재해위험지구로 지정됐고, 배수펌프장과 방재시설이 차례로 확충됐습니다. 2007년 구항 배수펌프장이 들어섰고, 2018년에는 마산만을 따라 방재언덕과 차수벽이 설치됐으며, 2020년에는 서항지구 배수펌프장도 새로 가동됐습니다. 2022년 태풍 힌남노가 북상했을 때, 같은 해안에는 매미 때와는 다른 모습의 방재시설이 서 있었습니다. 방재언덕과 차수벽이 가동됐고, 배수펌프장도 침수에 대비했습니다. 시간이 흘러 23년이 지난 지금, 마산 앞바다는 평소와 다르지 않습니다. 그러나 2003년 9월 12일 밤, 그 바다는 도심까지 밀려와 매립지와 도로, 그 바다는 도심까지 밀려와 도로와 배수구를 거슬러 건물의 지하까지 들어왔고, 바다에 쌓여 있던 원목까지 함께 밀고 들어왔습니다. 그리고 같은 태풍은 마산에서 멀지 않은 고리원전의 전력계통까지 멈춰 세웠습니다. 우리는 거대한 크레인이 쓰러지는 장면을 오래 기억하지만, 재난은 언제나 가장 눈에 띄는 곳에서만 일어나는 것은 아닙니다. 어쩌면 더 무서운 순간은, 아무도 보지 못하는 곳에서 이미 무언가가 한계를 넘고 있을 때 찾아오는지도 모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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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풍 ‘매미’를 기억하십니까] 경남신문
위 참조 기사들을 바탕으로 다시윤슬이 다시 정리해서 쓴 글이에요. 미제 사건이나 확정되지 않은 혐의는 단정하지 않고 서술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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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3년 태풍 ‘매미’ 악몽…마산만 공포의 6시간 KBS 뉴스